1-2 집 근처 광장에서 노래를 부르던 길거리 가수가 있었다. 40대의 라틴계로, 선글라스에 치렁치렁한 머리를 한 전형적인 예술가 타입이었다. 집 앞 산책을 나갈 때마다 광장에 있는 그 가수의 노래를 듣곤 했었다. 값싼 앰프와 낡은 기타 하나로 연주하는 그의 노래는 어딘가 허술해 보이기도 했지만, 이렇게 공짜로 듣기엔 조금 과분한, 꽤나 듣기 좋은 노래들이었다. 특히 AI가 거의 섞이지 않은 그의 순수한 목소리가 듣는 내내 미소를 짓게 만들었었다. 어느 날, 낯선 기계음이 울리며 병실의 조명이 순간적으로 깜빡였다.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차가운 전자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불이 꺼진 깜깜한 병실이 순간 밝아졌고, 그곳에는 거리의 가수가 서 있었다. 그 녀석은 광장에서 쓰던 기계들을 챙겨와서 내 앞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