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클래스(Second Class) 12

2. 선택자, 박 한 (2-6)

6) 신인류 -------------------------------------------------------------------------------------------------- “그러니까, 지금 당장 너를, 아니 그 뭐냐, 니 나노로봇들을 내 몸 여기저기 심어야 한다는 거 아냐?”나노로봇 아이가 갑자기 나타나서 몸 여기저기에 나노로봇을 연결해야 한다는 헛소리를 해댄다. 신라호텔 내에 있는 라연 레스토랑의 '신라'라는, 한 끼 27만 원짜리 식사를 룸에서 먹고 있었는데,  정말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괜한 잡소리에 입맛이 뚝 떨어졌다. "심는 게 아니라, 보강입니다. 주인님 몸 중 약한 부분들을 보강하는 거죠. 척추, 뇌, 내장 주변은 필수입니다. 물론, 몸 여기저기 안 좋은 곳은 나노로봇 치..

2. 선택자, 박 한 (2-5)

5) 신라호텔 한은 카카오 택시를 타고 장충동 신라호텔에 도착했다. 아이가 "신라호텔, 조선호텔, 워커힐 W호텔"을 추천했는데, 세 곳 중 가장 가까운 신라호텔로 결정했다. 큰 여행가방 두 개를 들고 호텔로 들어가는 모습이 마치 잘나가는 사업가 같이 자연스러웠다. '그 녀석의 말은 무조건 옳다'는 진리를 또 한 번 깨달았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호텔 벨보이가 바로 붙어서 환대를 한다. 마치 중동의 왕자로 착각할 만큼 극진하다. 이런 대접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지갑에서 5만 원권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좋아 죽는다. 하찮은 지폐 한 장이 많은 일을 해준다. 아이 조언대로 적당히 괜찮은 디럭스룸을 잡았더니, 체크인을 도와준 직원 역시 끝내주게 친절하다. 존중받는 느낌이 확 느껴진다.  자본주의 ..

2. 선택자, 박 한 (2-4)

4) 현금 300억 ------------------------------------------------------------------------------------------- 한은 한남동까지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했다. 중간중간 CCTV를 피하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7개의 CCTV와 저장장치를 해킹해 고장 내야 했다. 찍힌 영상만 지우면 되는 것 아니냐고? 그것보다는 일정 시간대의 모든 CCTV를 고장 내는 게 훨씬 더 안전하단다. 뭔가가 있는 것 같아서 더 이상의 설명은 듣지 않고 그냥 믿기로 했다. 아이맨! 곳곳에 깔린 CCTV 보고 있던 한은 갑자기 조지 오웰의 1984가 생각났다. 'CCTV 없는 곳이 없네! 세상이 완전 감시의 바다잖아. 최상위 지배 계급이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손쉽..

2. 선택자, 박 한

3) 현금 100억  ------------------------------------------------------------------------------------------- 한은 스타벅스 4인 테이블에 홀로 앉아 캬라멜 마끼아또를 홀짝이며 핸드폰을 연신 들여다봤다. '100억! 이게 이렇게 쉬웠다고? 와, 그때 5억도 안 되는 돈 때문에 인생을 접으려 했었는데..인생 참 웃기지도 않네.' 한은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회사에서 억울하게 뒤통수 맞고, 이혼당하고, 아무와도 연락하지 않고 왕따로 살던 그 시절이 무슨 슬픈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스쳐지나갔다. ‘솔직히, 좀 짠하기 했지. 되는 일 하나 없던 인생 내리막길에 허공에 발차기나 하고, 혼자 깡술하며 울기나 하고. 뭐, 이..

2. 선택자, 박 한

2) 나노로봇 아크로포스 ------------------------------------------------------------------------------- 지금까지 한이 파악한 나노로봇 아이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전체 크기는 평범한 성인 정도지만, 이 로봇은 사실 거대한 "쌀알 무리의 나노로봇들"로 이루어져 있다. 놀랍게도 이 쌀알들은 그냥 쌀알이 아니라, 인류가 상상도 하지 못할 양자 컴퓨터 능력을 가진 나노로봇들이다. 각각 쌀알만한 마이크로 로봇이지만, 다 합치면 하나의 ‘나노로봇 아이’라는 개체가 된다. 그리고 충격적인 건 쌀알만 한 그 로봇 안에도, 또 쌀알보다 더 작은 미세 나노로봇들이 모여 있다는 사실이다. 무슨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도 아니고... 더 이상 분해될 수 없는 가장..

2. 선택자, 박 한

1) 상상력의 산물 ---------------------------------------------------------------------------------- '이야~~~~! 이게, 이게, 이렇게 뚝딱 되는거였어?''저를 너무 무시하신 것 같네요. 이런 건 식은 죽 먹기보다 쉽습니다.''너 혹시 외계 어느 행성에서 지구 정복하려다 잠시 알바 뛰러 온 거 아냐? 우주 최강의 프로그래머 뭐 그런 거 같은데?''주인님, 그런 정보는 은하연합 기밀 사항입니다.''지랄을 한다!' 한은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의 은행 계좌에 100억이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있는 것 아닌가? 100억을 만들라고 지시하자마자, 진짜 순식간에 100억이 그의 계좌에 생긴 것이었다. 1억도, 10억도 아닌 100억이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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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오더  -------------------------------------------------------------------------------------------- 지금까지 경험해 온 범주를 벗어난 극강의 강함. 극악의 공포가 피부로, 혈관으로, 신경과 뇌로 빠르게 전해졌다. 모두 입조차 떼기 힘들었다. 다들 근육이 저절로 빠르게 움직였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레전드급 나노로봇, 이 막강한 적 앞에서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머라도 내뱉어 이 적막을 깨야만 할 것 같았다. 어차피 죽는다. 좀 덜 비굴하게 죽어야 하지 않겠나? "산 넘으면 더 큰 산이 있어 버리네? 이거 무슨 RPG 게임이야? 여기 있는 이 놈마저 죽이면 또 더 강한 놈 나오는 거 아냐?""정보 탐색이 아무것도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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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반격  -------------------------------------------------------------------------------------------- 한과 미아는 다시 3층으로 올라갔다. 적들은 한과 미아를 보고 경악했다. 분명 총알들이 저 녀석의 가슴과 복부를 관통했다.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실패도 없던 저격 작전이었다. 저격을 당한 선택자들 중에 살아남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그 심각한 부상에서 회복할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알수 없는 아지랭이같은 공포를 가슴 속에 떨쳐버리지 못한 채, 재빨리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적들은 견고한 방어진을 다시 형성하였다. 한은 상대편 진영이 술렁거리고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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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흡수  -------------------------------------------------------------------------------------------- 미아는 새로운 기술인 천무를 시전했다. 선택자들 눈으로도 쫒아가기 힘들 정도로 아주 빠르게 오른쪽 건물로 이동했다. 뒤늦게 미아를 발견한 적들은 미아에게 집중 공격을 가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미아의 흔적만 따라갈 뿐이었다. 용광검 업그레이드로 미아는 이전보다 훨씬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적들은 미아의 이전 능력치 데이타에 맞춰 공격을 했기 때문에 단 한 발도  맞추지 못했다. 뭔가 잘못된 것을 안 적들은 빠르게 미아의 능력치 데이타를  수정하고 재공격을 가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미아는 이미 건물 안으로 들어가 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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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결단 -------------------------------------------------------------------------------------------- "어이, 대장. 방법이 있긴 한데." 메흐디가 주저주저하다가 마지못해 입을 떼었다.  "그게 뭔데요? 생각나는 게 있으면 바로바로 말하세요. 지금 시간이 없어요." 한은 간절한 눈빛으로 메흐디를 바라보았다. 메흐디는 한을 쳐다보지 않았다. 고개를 떨군 메흐디의 눈이 심하게 떨렸다. "자네가 싫어하는 그거...""그거라니요?""거 있지않나... 그거...""혹시 그거?""그래 그거...""할아버지! 진짜 그거 말하는 거예요?""그래, 진짜 그거. 지금 그거 말곤 방법이 없잖아.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여기있는 모두가 다 알고...""..